현상과 원인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

조직의 문제를 다루다 보면 “원인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원인의 원인이 또 나타나는 경험을 자주 한다. 마치 부모 원인을 찾았더니 그 아래에 아들, 딸 원인이 줄줄이 나오듯이. 또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원인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뒤엉킨 구조였다.

결국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인”은 알고 보면 결과이기도 하고, 또 다른 원인의 현상으로서 드러나기도 한다. 이 복잡한 얽힘 속에서 현상과 원인을 제대로 구분하는 일은 조직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현상은 결과이고, 원인은 이유다

현상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현상은 결과이며, 원인은 그 결과를 만들어낸 이유다. 그래서 “현상과 원인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고민은 본질적으로 “결과와 이유가 무엇인지 헷갈린다”는 문제와 같다.

그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조직 진단이나 문제 분석에서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다음 두 가지다.

  1. 상관관계가 있는가?
  2. 인과관계가 성립하는가?

상관관계는 단순한 동시 발생이고, 인과관계는 실제로 이유와 결과가 연결되는 구조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관관계가 있어도 인과관계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판단하려면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A가 B의 원인이다’가 되려면 필요한 3가지 조건

조직 문제든, 개인의 행동 변화든, 운영상의 오류든 원인을 판단할 때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1. A는 B보다 시간적으로 먼저 일어났다.
    원인이 결과보다 먼저 발생해야 한다. 순서가 뒤바뀌면 원인이 될 수 없다.
  2. A와 B는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A가 생길 때 B도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야 한다.
  3. A 말고 다른 원인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
    실제 원인은 다른 요인이었는데 A를 원인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조건이 가장 까다롭고, 가장 중요하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만 비로소 A는 B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원인의 ‘부모 원인’이 계속 나오는가

조직 문제에서 원인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과관계 구조 자체가 층층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 매출이 떨어졌다 → 방문 고객이 줄었다 → 고객이 매장을 불편하게 느꼈다 → 서비스 품질이 낮다 → 직원 교육 체계가 없다 → 관리자 역할 인식이 약하다 → 조직의 인적 운영 구조가 전략과 단절되어 있다

이렇게 내려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여기부터는 더 이상 원인이 아니다”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지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조직 컨설팅에서는 ‘단박에’ 근본 원인을 찾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근본 원인에 도달할 가능성을 높이는 절차와 사고방식이 존재할 뿐이다.

그 대표적인 접근이 인과사슬(causal chain) 분석이다. 원인과 결과의 층위를 의식적으로 구분해 내려가는 힘이다.


왜 원인이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해지는가

현상은 대부분 단일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복합 요인’이 작동한다. 사람의 행동도, 조직의 성과도, 시장의 변화도 여러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원인을 단정적으로 하나로 축소하면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씨앗이 싹이 트는 과정을 살펴보자.

  1. 씨앗이 있다
  2. 흙이 있다
  3. 물이 있다
  4. 새싹이 핀다
  5. 줄기가 자란다
  6. 꽃이 핀다
  7. 아름답다고 느낀다

이 흐름을 보면 결과는 어떤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씨앗만 있어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 흙만 있다고 싹이 트지 않는다. 물만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 조건이 결합되고, 그 조건들이 서로 맞물릴 때 비로소 결과가 나타난다.

조직에서 ‘왜 성과가 떨어졌는가?’를 물을 때도 마찬가지다. KPI 하나가 떨어졌다고 해서 그 지표가 원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지표 역시 더 큰 구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현상과 원인을 더 잘 구분하는 실제적 접근

단번에 근본 원인을 찾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아래의 원칙을 적용하면 현상과 원인의 층위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 시간 순서를 먼저 정리한다.
  • 각 단계의 상관관계를 확인한다.
  • 다른 가능한 원인을 모두 나열한 뒤, 하나씩 검증한다.
  • 원인이 겹쳐 있을 가능성을 전제로 분석한다.
  •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요소가 다른 상위 구조의 결과일 수 있음을 의심한다.

이 흐름을 지키면 원인에 대한 오판을 줄이고, 보다 깊게 근본 구조에 접근할 수 있다.


현상은 표면에 드러나는 ‘결과’이고, 원인은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둘이 쉽게 뒤섞인다. 원인의 원인이 또 나타나거나, 여러 원인이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문제 해결은 단번에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상과 원인을 구분하는 사고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체계적으로 반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문제 해결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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